https://www.dailysm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194
자세한 글은 링크 터치!
백로라(연극평론가)/ 숭실대 교수,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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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고트'는 모든 토론을 마친 후 큐알 코드를 영사막에 띄워서 실시간으로 관객의 의견을 묻는다. 사진=극단 산수유.
◇막이 내리면 관객의 사유가 시작되는 연극, 토론극의 재발견
그러나 주교가 들려주는 30대 여성의 이야기는 의외로 관객들을 딜레마적 상황에 빠뜨린다.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든 젊은 여성이 죄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죽기를 소원하는데, 그 여성의 죽음을 도와줘야 하냐는 것이다.
78세의 노인이 아니라 30대의 여성이 선택사 조력을 요구하다니.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듯하다.
이 연극은 모든 토론을 마친 후 큐알 코드를 영사막에 띄워서 실시간으로 관객의 의견을 묻는다.
“건강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주체적 선택과 공동체의 윤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하는 질문으로서 그 결과보다는 설문에 참여하는 관객의 행동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려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이후 결과를 확인한 뒤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는 대사를 하면서 막이 내린다.
선택사 조력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의미 있게 다가오는 대사들이 각기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글러의 대사가 가장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죽음에 관한 질문들은 결국 ‘우리의 삶이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라는 것. 질문으로 시작된 연극은 오랜 토론을 거쳐 다시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그 질문은 관객에게 즉답이 아닌 오랜 성찰과 사유를 요구한다. 막이 내리면 비로소 관객의 사유가 시작되는 연극, 그것이 바로 토론극의 묘미가 아닐까?
류주연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간결하고도 절제된 무대 연출이 돋보인 경우였다.
관객을 강하게 흡인해 순식간에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토론극의 매력을 재발견시켜준 공연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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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고트'는 모든 토론을 마친 후 큐알 코드를 영사막에 띄워서 실시간으로 관객의 의견을 묻는다. 사진=극단 산수유.
◇막이 내리면 관객의 사유가 시작되는 연극, 토론극의 재발견
그러나 주교가 들려주는 30대 여성의 이야기는 의외로 관객들을 딜레마적 상황에 빠뜨린다.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든 젊은 여성이 죄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죽기를 소원하는데, 그 여성의 죽음을 도와줘야 하냐는 것이다.
78세의 노인이 아니라 30대의 여성이 선택사 조력을 요구하다니.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듯하다.
이 연극은 모든 토론을 마친 후 큐알 코드를 영사막에 띄워서 실시간으로 관객의 의견을 묻는다.
“건강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주체적 선택과 공동체의 윤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하는 질문으로서 그 결과보다는 설문에 참여하는 관객의 행동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려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이후 결과를 확인한 뒤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는 대사를 하면서 막이 내린다.
선택사 조력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의미 있게 다가오는 대사들이 각기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글러의 대사가 가장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죽음에 관한 질문들은 결국 ‘우리의 삶이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라는 것. 질문으로 시작된 연극은 오랜 토론을 거쳐 다시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그 질문은 관객에게 즉답이 아닌 오랜 성찰과 사유를 요구한다. 막이 내리면 비로소 관객의 사유가 시작되는 연극, 그것이 바로 토론극의 묘미가 아닐까?
류주연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간결하고도 절제된 무대 연출이 돋보인 경우였다.
관객을 강하게 흡인해 순식간에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토론극의 매력을 재발견시켜준 공연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