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칼럼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전국단위의 병립형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하다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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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22대 총선은 병립형으로 치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먼저 전제하자면, 모든 제도는 장단이 있습니다. 사표방지, 비례성 강화라는 연동형 비례제의 장점이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합니다. 그러나 연동형만이 선(善)이고 병립형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연동형도 장단이 있고, 병립형도 장단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제도가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가졌는지, 제도를 운용할 우리 사회가 어떠한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제도의 목적을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등입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병립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첫째,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rule)’에 해당합니다.


치열한 경쟁과 깔끔한 승복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리고 합의된 게임의 룰은 그 전제입니다. 정의로운 제도라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20대 후반 도입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단적인 사례입니다. 비례성 강화라는 정의로운 목표를 위해 도입했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상대 정당은 위성정당을 내세웠고 결국 우리 당 역시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도 자체가 형해화된 것입니다. 아무리 내 의견이 옳다고 하더라도 소통과 타협은 의회정치의 기본 원칙입니다. 최소한 게임의 룰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이러한 원칙이 지켜져야만 합니다.


둘째, 연동형 비례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습니다. 


선거제 개혁의 문제는 권력 구조 개혁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저 역시 민의의 비례적 반영이라는 이상은 매우 좋은 것이고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제가 어울리는지는 의문입니다. 오늘날 윤석열 정권은 폭주하고 민생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강력한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고 민생을 챙겨야 하는 시점입니다. 사표방지가 이유라면 한 번에 국민 절반의 표를 사표로 만드는 대통령제 개헌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의회의 구성방식만을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셋째, (준)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경우 위성정당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법률로 위성정당을 방지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그럼에도 위성정당을 시도하는 경우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국회에 위성정당을 방지하고자 하는 법안이 몇 개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법안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국고보조금 지급은 당선 이후의 일이기에 당장 당선, 의석수 확보와는 무관합니다.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의무화한다고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직접 막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이상적·낭만적 감성에 치우쳐 이러한 문제점에 눈 감는다면, 오히려 참칭위성정당의 난립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등장할 우려마저 있습니다.


넷째, 그러면 우리만 위성정당을 내지 말자는 것도 지나치게 낭만적인 주장입니다.


우리만 위성정당을 내지 않는 경우 상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통하여 과반을 차지하거나 최소 1당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히 의석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내 1당은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국회 의사 일정 전반을 운영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하여 원내 1당이 어떤 정당인가 하는 점은 22대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어떤 정치세력이 가지는가의 문제와 같은 셈입니다. 낭만적 주장을 위하여 현실적 필요성을 외면하여서는 안 됩니다.


현재 일부 대안으로 제시되는 권역별 연동형 혹은 병립형 역시 부적절합니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개개의 국회의원이 국민, 국가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선거구를 나누는 것은 유권자가 후보자를 잘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그 선거구를 대표하는 지역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출된 국회의원은 해당 선거구민의 눈으로 국가를 섬기는 것입니다. 그와 구분되는 비례대표, 과거 전국구라고 불리었던 이 제도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여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국회의원이 국가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선출한다면 특정 권역의 대표로 선출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에게는 국가이익보다 권역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 패권 정당의 지역 기반을 강화하거나 혹은 권역 단위의 분당(分黨)을 촉진할 따름이지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이나 국회의원의 국가 대표성 강화와는 무관합니다. 더구나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은 자당의 역량을 키우고 국민을 설득하며 정치적 효능감을 키우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야지, 의석을 인위적으로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할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전국단위의 병립형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하고, 정치개혁, 비례성 강화가 필요하다면 22대 총선 직후 특위를 구성하여 22대 전반기 내에 권력 구조 등 개헌 논의를 마무리할 것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자 대중정당으로서 마땅한 대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부디 당원동지, 선배·동료의원 여러분께서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