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칼럼

겨울의 단상(斷想)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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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황금빛 들녘이 지금은 텅 비어 덩그렇게 햇빛만 내리고 있습니다. 무성했던 나뭇잎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나목(裸木)으로 변신해 가지사이로 바람이 넘나들고, 간밤에 내린 비에 젖은 나뭇잎들은 마치 꽃술처럼 포도(鋪道)위를 뒹굽니다.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힘이 겨울을 유혹함을 느낍니다. 겨울은 이런 감정과 함께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시간과 함께 사라져갑니다. 그 어떠한 것도 시간 앞에 먹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나이를 먹음과 동시에 겨울이 오면 새로운 창조물의 잉태를 준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축복받은 땅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은 시간개념과 기록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분절되어 기억되는 시간의 조각은 각각이 아름다운 계절 그 자체와 함께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살찌웠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겨울은 준비의 계절이자 사색의 계절이요, 그리고 풍요의 계절입니다. 겨울은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정치적 자양분을 쌓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의 일이라는 것이 대개가 사람을 만나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이어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지만, 국정감사 등이 있는 가을의 만남은 업무를 위한 만남인데 비해 겨울의 만남은 온전히 사람들 속에서 삶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눈을 마주하고 두 손을 붙잡으며 체온을 나누는 겨울의 만남이야말로 정치를 위한 삶의 지혜와 온기, 그리고 자양분을 쌓게 합니다. 그렇게 매년 겨울,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2019년은 어떤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회의 2019년은 2018년의 정치적 성과를 이어가며 대한민국 경제의 체력을 다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의 성과는 세계인에게 한반도를 평화의 땅으로 각인시킨 커다란 성과였습니다. 2019년, 우리는 평화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합니다.


기해년에는 정치가, 그 가운데에서도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년 겨울 우리에게 길을 제시한 것은 국민이었습니다. 전국을 넘실댄 촛불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되었습니다. 지난겨울은 한반도 평화의 씨앗이 뿌려진 시간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구상으로 시작된 화해의 바람은 불과 수개월 만에 한반도 안보지형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제는 국회입니다.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폭넓은 사고로 화합과 소통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겨울의 사색과 만남이 국회가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시간 지면을 통해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칼럼을 위해 원고를 쓰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되었던 ‘동방정책’의 설계자 에곤 바르는 “작은 행보가 거대 담론보다 낫다.”(Small steps are better than big talks)고 했습니다. 여러분과의 소통을 통해 쌓은 힘을 바탕으로 국회나 지역, 그리고 고향 어디에서든 작지만 커다란 행보를 계속 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과 새로운 성과와 이야깃거리로 소통할 날을 고대하며 육 개월 간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