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칼럼

[안규백의 내 인생의 책]②루쉰 평전 - 주정

2021-07-09
조회수 477

ㅣ 기성세대를 딛고 일어서라


자신의 허물이나 잘못과 같은 단점을 덮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사람을 일컬어 ‘정신승리’라고 한다. 이 정신승리의 원조가 <아Q정전>으로 잘 알려진 ‘아Q’이고, 그를 탄생시킨 사람이 바로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이다.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사람이 으레 그러하지만, 루쉰 역시 자의든 타의든 많은 경험을 했다. 1881년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 전통적 교육을 받았지만, 비리사건에 연루된 조부의 투옥과 연이은 부친의 죽음으로 인해 주변인으로 내몰리고 만다. 이후 대규모 일본유학 바람을 타고 국비유학생으로 유학길에 오른 것이 22세의 일이니, 이것만으로도 여러 사람이 겪을 만한 인생의 질곡을 경험한 것이다.


그렇게 진학한 센다이 의학전문학교에서 루쉰은 충격적 사건을 겪는다. 일본군에게 붙잡혀 처형되는 중국인, 그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통해 ‘우매하고 연약한 국민은 체격이 아무리 온전하고 건장하다 하더라도 아무 의미 없는 시위의 구경꾼밖에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루쉰은 의학도의 길을 떠나 문화예술을 통한 민족계몽운동에 매진하게 된다. 서재에 틀어박힌 공담가가 아닌 행동하는 사회활동가로서 토론하고 강연하며 글을 썼다. 청년들을 만나면 “나를 딛고 일어서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루쉰이 청년들에게 했던 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값싼 위로나 질책이 아니다. 역동성을 상실해가는 시대, 청년이 마음껏 웅비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때때로 책을 펼쳐들고 루쉰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의 감동이 살아나 다시금 각오를 다지곤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22215005&code=960205#csidx6f69f3775707117ac91aa91f5230a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