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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의 내 인생의 책]③손자병법 - 손무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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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명운과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전장만큼 치열한 현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현대인의 삶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자유와 민주, 그리고 자본이라는 가치 아래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을 보장하지만, 역으로는 누구에게나 경쟁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정치’는 민주주의 아래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역의 하나일 것이다. 무력에 의존해 빼앗고 지배하던 체제를 대화와 타협, 그리고 평화적 권력획득의 가능성으로 대체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싸우는 수단과 승패를 나누는 기준은 평화적으로 바뀌었지만, 유한한 가치의 배분이라는 본질은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빠를 때는 바람처럼 빨라야 하고(其疾如風), 천천히 할 때에는 숲속을 걷는 것처럼 하여야 하며(其徐如林), 공격할 때에는 마른 섶에 불 지피듯 하여야 하고(侵掠如火),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태산과 같이 고요해야 한다(不動如山). 이것이 풍림화산(風林火山)이다.


<손자병법>의 이 구절은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고 완급을 조절할 줄 알며, 상황에 맞는 판단과 처신을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능력이 있음에도 때를 기다리지 못하거나, 가벼운 처신으로 상황을 놓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병법을 읽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뜻한 바를 이뤄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퇴장당하는, 볼썽사나운 꼴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전(古典)이 가치 있는 이유는, 오래된 형식 너머의 알맹이 안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가지 글이 쏟아지지만, 최고의 병서로서 수천 년을 살아 숨 쉰 <손자병법>이야말로 인류의 고전이라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32152005&code=9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