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칼럼

[안규백의 내 인생의 책]④소명으로서의 정치 - 막스 베버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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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정치를 고민하는 자에게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정치를 진정한 인간 행위가 되도록 하는 힘은 헌신, 즉 열정에서 비롯하는데, 이러한 헌신이 허영심, 개인적인 자기도취 따위의 목표와 결합하여 죄악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적 판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에게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의지도 필요하다.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정치인은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를 이끈 사람들은 열정과 균형적 판단을 갖추고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뜻을 지켜왔다. 민주화와 탈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4·19, 5·18 등에서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모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위해 나섰다.


원제인 ‘Politik als Beruf’에서 ‘Beruf’는 profession(직업)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vocation(소명)으로도 번역된다. 내용 역시 직업정치와 정당체제, 정치가와 윤리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만큼 ‘직업으로서의 정치’나 ‘소명으로서의 정치’ 모두 타당성을 지닌 번역이라 할 것이다. 촛불 이후에도 계속되는 정치에 대한 불신, 그럼에도 누적된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세상 사이에서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42148005&code=960205#csidxceda13350c5ea07bcf49f87ae9e37ac